질병과 백신과 성소
“코로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어요.” 우리 가족 연례 행사인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에 아내가 나에게 이 소식을 전하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엄청난 충격과 놀라움으로 얼어붙었다. 이제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지난 며칠 동안 겪었던 목이 ‘따끔거리는’ 느낌, 피로, 마른기침, 관절통과 근육통, 이 모든 것이 갑자기 이해되었다. 전염병 전문의로서 치명적인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환자 수백 명을 치료해 왔는데 이제 내가 환자가 될 차례였다.
의사가 환자가 되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전염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종에 감염되고 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 전통대로 크리스마스에 부모님, 조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침대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기운이 떨어졌다. 외로움과 절망, 고립감이 내가 견디고 있는 몸의 고통보다 더 참기 힘들었다. 전 세계 많은 환자의 경우처럼 코로나19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코로나 확진을 받기 6개월 전에 예방 접종을 2차까지 마쳤는데,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예방 접종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 7일 만에 격리가 끝났을 때 완전히 회복되는 중이었다. 동료 심사를 거친 과학 문헌에서 코로나 환자에게서 증상의 심각성을 줄이고 사망을 예방하며 회복을 앞당기는 백신 접종의 역할이 확인되었다.
이렇게 백신이 효과를 발휘한다. 내가 코로나에 걸리기 훨씬 이전에 몸은 치유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인류가 죄라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진단받기 훨씬 이전에 하나님은 이미 죄의 대유행에 대한 백신 즉 구속의 계획을 세우셨다. 이 세심한 계획은 “창세 전에”(엡 1:4) 우리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워졌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했을 때 하나님은 그들에게 치유를 위한 백신을 제시하고 설명해 주셨다. 수천 년 후에 그리스도께서 친히 죄와 사탄을 영원히 깨부수시리라는 것이다(창 3:15). 이 계획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아담의 후손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성소 청사진을 통해 설명되었다. 다윗의 말마따나 말이다. “오 하나님이여, 주의 길이 성소에 있사오니”(시 77:13, 킹흠정). 성소의 절차, 예식, 구조는 장차 올 그리스도의 사역을 가리켰다.
게다가 성소는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인간 환자를 위한 치유의 장소였다. 병자들이 (나의 경우처럼) 최소 7일 동안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 있다가 성소로 가서 제사장에게 몸을 보인다. 그런 다음 사제는 그들이 치유되었고 사회 구성원으로 제자리에 돌아가기 적합하다고 선언하게 된다(레위기 13장에 나오는 피부병에 관한 몇 가지 사례 참조).
내가 아플 때와 그 이후에 코로나 3차 접종을 하려고 할 때 이 생각을 하니 큰 위안이 되었다. 고립감이 들었지만 하늘 성소에 대제사장이 계시고 그분은 우리를 대신하여 중보하시면서 우리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으시겠다고 약속하셨다는 사실(히 4:14~16; 13:5)을 알고 있기에 위로가 되었다. 가장 치명적인 질병인 죄에 대한 백신이 되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타락하기 전에도 우리의 치유를 선언하고자 하신다. 우리를 위해 어떻게 이러한 일을 하실 수 있었을까?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5:21). 우리의 위대한 의사가 환자가 되셨다.
프레더릭 키마니 케냐 나이로비에서 고문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