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묵직한 검은 상자의 정체
딕 더크슨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습니까?”
해외 여행자라면 모두 겁내는 질문이다. 특히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가리키며 세관이 말을 건넬 때는 더욱 그렇다. 세관의 말을 들으며 신중하게 준비한 대답을 되뇌어 보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네, 이것은 이 나라의 외딴곳에 가서 무료 치과 진료에 사용하게 될 이동식 치과 도구입니다.”
“이게 말입니까?”
흔히들 하는 반응이다. 검은 상자에 무엇이 들어 있든 아픈 이를 치료받을 수 있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열어 보세요.”
상자를 바로 세운 뒤 자물쇠에 열쇠를 꽂아 오른쪽으로 돌리고 뚜껑을 열면서 감탄의 말을 기다린다.
“정말입니까? 모든 도구가 여기 다 들어갑니까? 치과 의자도요? 무료 치과 진료라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요? 왜 이 일을 하시나요?”
이러한 대화는 란디 메예르, 마르타 메예르 부부가 마다가스카르, 잠비아, 몽골, 페루, 미크로네시아에서도 주고받았고 지금은 아르헨티나에서 세관 직원들과 그렇게 하고 있다. 유쾌하게 그리고 종종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이다. 공항의 세관 직원들은 해로운 물건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물건들에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면서 국가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
올해 팬데믹 상황이 조금 진정되자 란디와 마르타 부부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아들을 보기 위해 휴가를 가기로 했다. 아들 만프레드는 리베르 플라테르 재림교회 대학에서 경영학 학위를 마칠 계획으로 몇 년 전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아들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며 영원히 그곳에 남기로 결정해 버렸어요.” 마르타가 웃으면서 말했다. “학위를 마치고 상점에서 총지배인으로 경험을 쌓고 있었죠. 그런데 얼마 후에 자신의 상점을 열기로 하더니 아주 성공적으로 잘해 오고 있어요.”
만프레드는 성공한 가게 주인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무료 치과 진료소를 활용하는 법을 배운 전도자이기도 하다. 부모가 아르헨티나에 있는 자신을 보러 온다고 하자 “아프리카에서 사용했던” 묵직한 검은 상자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만프레드는 아프리카 잠비아와 말라위로 봉사하러 갈 때 우리와 함께했기 때문에 이 선교 사역을 잘 알고 있어요.” 란디가 말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그곳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매우 놀라워요. 잠비아에 있는 진료소에는 현재 치과의사 3명이 있어요. 한 분은 프랑스에서 다른 두 분은 필리핀에서 왔어요. 묵직한 검은 상자 두 개를 갖고 외딴 마을마다 다니며 망고나무 아래에서 하루에 6시간 진료소를 운영해요. 정말 멋진 것은 랜드로버 배터리를 활용한 새로운 전원 공급 장치예요.”
잠비아의 치과 진료소는 리버사이드 팜 인스티튜트가 운영하고 있다. 랜드로버로 치과 장비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치과 의사들은 오지에 가서도 망고나무 아래에서 환자 수천 명을 돌볼 수 있다.
“우리는 치과 진료만 하지 않아요.” 란디가 덧붙인다. “전도회도 개최하지요. 여기까지 온 이유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섬기며 자신을 섬기라고 우리를 부르셨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도움을 주시는 치과 의사, 조력자, 운전기사 모두가 조건 없이 사랑과 진심으로 즐겁게 사람들을 섬기고 있어요. 우리는 단지 이를 뽑고 떼우는 일만 하는 게 아니에요.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전하면서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래서 겸손한 마음으로 와야 해요. 그래야 과일이나 채소를 선물로 받든, 단순히 포옹을 받든 그들이 표현하는 사랑을 즐겁게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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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디와 마르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치 세계 선교 모험을 떠난 것만 같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있었던 치과 진료소 이야기, 몽골에서의 소식, 필리핀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 남태평양에서 경험한 기적, 페루에서 충치를 치료한 이야기 등 끝이 없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마르타와 란디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만프레드는 어느 의사와 축구를 같이하는데 우리의 묵직한 검은 상자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의사가 선교에 관심이 있고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외딴곳인 미시오네스주에서 무료 치과 진료소를 시작하도록 돕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리베르 플라테 재림교회 대학에는 치의학과가 있어요.” 마르타가 본론부터 이야기했다. “마침 대학에서는 우리와 팀을 이루어 미시오네스에 검은 상자를 가져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거든요.”
이것이 하나님께서 선교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방식이다. 한 사람이 특별한 방법으로 선교하기 위해 하나님의 도전을 받아들이면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을 또 다른 사람과 연결시키고, 또 다른 사람 그리고 또 다른 사람으로 연결하신다. 결국 어느 작은 마을의 시장은 주민을 도우러 온 치과 의사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지금도 저는 깜짝깜짝 놀래요.” 란디가 말했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러한 기적들이 일어나도록 하시는지 항상 놀라고 있어요. 하나님은 페루에서도 우리를 위해 기적을 베풀어 주셨고 몽골과 아프리카에서도 그랬어요. 이제는 이곳 아르헨티나에서도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시죠. 아르헨티나에서는 더 열심히 일하셔야 할 것 같아요. 미시오네스주는 리베르 플라테 대학에서 출발하는 치과 의사 팀이 12시간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에요. 마을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야 하고 휴대용 치과 도구들로 가득한 더 무거워진 검은 상자가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만프레드가 거기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도록 기꺼이 돕고 있어 큰 힘이 돼요.”
“이런 상자는 저도 처음 보네요.” 아르헨티나 공항의 세관 직원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기꺼이 무료 치과 진료를 해 주시려는 분들도 처음 만납니다.”
그는 웃으며 상자를 닫고 관세를 아주 적은 금액으로 써 준다.
“아르헨티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관 직원이 큰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하나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사역에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어요.”라며 란디가 웃음 짓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사역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도구와 기구들을 갖출 거예요. 단순히 2주 동안 왔다 가는 선교 여행이 아니에요. 비록 우리는 다시 올 수 없어도 지역 단위로 운영될 수 있고 몇 년 동안 지속될 기초를 확립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거예요.”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이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