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함께하는 뜻깊은 시간
‘나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이 말이 계속 내 마음속에 맴돌았다. “알아요, 하나님.” 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바쁜걸요.” 한국에 온 뒤 내 생활은 작년에 아직 직장을 찾지 못했을 때 느리게 지나가다 못해 길게 느껴지는 나날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새로운 문화와 직장에 적응해 나가면서 동시에 교회와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 예전처럼 책을 읽고, 기도하고, 일기를 쓰는 사치를 누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 신앙생활은 더욱 흔들렸다. 교회를 위해 할 일이 생기면 하나님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기는 했지만 내가 즉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다른 일도 너무나 많았다. “저는 선교 활동을 하고 있어요.”라고 나는 변명했다. “하나님을 위해 일하느라고 바쁘다고요!” 하지만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것이 그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계속 내 마음을 두드리셨다. 교회에서 앞장서야 할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 하나님과 더 많이 연결되어야 했다.
내 신앙생활이 아직 내가 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꽤 멀지만 이번 시즌 동안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첫째, 어떤 일을 ‘완벽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든다고 해서 그 일을 아예 그만두지는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묵상 시간은 아침에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항상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는 힘이 빠지고 바빠서 묵상 시간을 건너뛰기 시작했다. ‘마땅히’ 해야만 하는 대로 묵상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당연히 내 영적인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전혀 시간을 내드리지 못할지라도 또는 완전히 집중하지 못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불완전한 시간이라도 우리가 그분과 함께 보내기를 원하신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하나님과 대화하면 차차 집중하는 능력이 높아지며 하나님을 바라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둘째, 질이 양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엘렌 화잇은 이렇게 말했다. “한 구절의 의미를 정확히 깨닫고 구원의 계획과 관련성도 확실이 이해하는 것이 여러 장을 아무런 목적이나 긍정적인 깨달음 없이 읽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 겨우 ‘신앙적인 의무감’으로 아침에 많은 분량을 읽으려고 하면 쉽사리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그 방법 대신 앱을 활용해 성경 구절을 몇 가지 질문과 해설을 곁들여 들으면서 묵상하기 시작했다. 10분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풍요롭고 깊이 있는 시간이다. 한 구절이나 생각에 잠시 멈출 때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는 이 간단한 구절이 내 주의를 끌었다. “오늘 하나님의 세심한 보살핌을 기뻐하기로 했다.” 그 말이 온종일 생각났는데, 나를 향한 하나님의 개인적인 관심을 곱씹어 보고 기뻐하기로 ‘선택’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한 문장과 거기에 따른 성경 구절을 묵상하면서 얻는 것이 그저 여러 장을 대충 읽을 때보다 훨씬 많았다.
여러분도 이전보다 하나님과 시간을 보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삶이 달라진 것 같고 이전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데 신경 써야 한다고 하더라도 묵상 생활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자.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 하신다. 그 시간이 때로는 엉망이고 불완전하다고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시편의 다음과 같은 말씀에서 용기를 얻는다. “너희는 내 얼굴을 찾으라 하실 때에 내 마음이 주께 말하되 여호와여 내가 주의 얼굴을 찾으리이다 하였나이다”(시 27:8).
엘렌 G. 화잇, 『정로의 계단』, 90
리넷 올콕 서울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