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재정의는 곧 체제의 재정의
왜 사울왕은 그토록 빨리 거절당했나?
사울의 이야기는 드라마 같고 복잡해서 하나님께서 그와 교류하시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일으킨다. 당시 이스라엘의 경험과 사울의 죄를 상세히 살펴보자.
우리에게 왕을 주소서
사무엘이 사사로 있던 동안 이스라엘은 나라 역사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지도력의 변화 중 하나를 경험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은 열두 지파를 “거룩한 나라”(출 19:6)로 변모시켰으며 백성은 하나님을 자신들의 왕으로 인정했다(출 19:8; 15:18). 그렇게 신정 정치가 수립되었다. 가나안에서 하나님은 ‘사사’라는 행정 조력자들을 임명했지만 그분만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왕이셨다. 사무엘의 때에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행정 구조를 새 왕 즉 주변 나라들처럼 인간을 왕으로 세우는 구조로 대체했다. 이 모델은 많은 면에서 여호와에 대한 신앙과 양립될 수 없었다. 만일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체제는 변형되거나 재정립되어야만 했다. 새롭게 제안된 체제를 이렇게 재정의하는 이야기가 바로 사무엘상의 내용이다.
이상적인 왕
이러한 재정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첫째로 “여호와의 종” 즉 왕이신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충성하고 복종하는 한 사람이 요구되었다. “여호와의 종”이라는 구절은 메시아적 칭호이다(사 53:11). 사실 그 왕은 여호와 아래에서 “지도자/왕”(히브리어로 ‘나기드’, 삼상 9:16; 10:1; 13:14)가 되어야 한다. 둘째, 하나님이 선택한 그 왕은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사람”(삼상 13:14)으로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정책을 온전히 지지해야만 했다. 셋째, 그 왕은 겸손한 지도자로서 백성 앞에서 행하며 그들의 종이 되어야 했다(삼상 12:2; 왕상 12:7). 넷째, 하나님은 필요하다면 그 왕을 인도하고 가르치고 훈련시키기 위해 선지자를 사용하실 것이다(삼상 10:8).
첫 번째 왕 사울
사울은 처음에는 겸손하고 심지어 소심하기도 했지만 승리를 경험하자 변했다. 첫 번째 시험은 전쟁에 나가기 전에 사무엘이 희생 제사를 드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을 때 찾아왔다(삼상 13:9~14). 사람들이 자기를 버릴까 두려워서 사울은 여호와를 의지하며 사무엘을 기다리는 대신에 자신이 희생 제사를 드렸다. 이로써 그는 하나님이 재정의하신 왕권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무엘은 사울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삼상 10:8). 사울은 선지자의 지도를 거절했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바람에 기다리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의 큰 영적 결함이 드러났다. 사울은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여호와의 종이 아니었다.
둘째 시험은 사울이 여호와의 명령대로 아말렉 족속을 멸하지 않았을 때 이르렀다(삼상 15:7~9). 사울은 왕과 좋은 동물들을 살려 두었다. 이것은 노골적인 불순종이었고 여호와께 대한 반역이었다. 사무엘을 만났을 때 사울은 여호와를 위한 제물로 삼으려고 동물들을 남겨 두었다고 핑계를 대었다. 이 지점에서 사무엘은 사울의 내적 상태가 어떤지에 대한 심원한 해석을 제공했다. “거역하는 것은 점치는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삼상 15:23). 사울이 행한 것은 점치고 우상 숭배하는 것과 같았다. 이것은 그가 여호와를 거절해 왔으며 이제는 여호와께서 그를 거절하셨음을 드러냈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인 다윗을 찾을 때까지 사울은 보좌에 있었다. 다윗은 이상적인 왕, 오시는 메시아의 표상, 여호와의 참된 종(빌 2:7)이 되었다.
앙헬 마누엘 로드리게스 목사, 교수, 신학자로 직임을 다한 뒤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