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에서 얻는 교훈
365일을 크리스마스처럼
제럴드 A. 클링바일, 대니얼 브루노
12월은 우리 모두에게 바쁜 달이다. 가족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바쁜 것이 일상이다.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참가해야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해야 하고, 교회에서 개최하는 크리스마스 프로그램도 도와야 한다. 세상 사람들조차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흠뻑 취하는 계절이다. 수많은 요정과 산타 할아버지가 루돌프 사슴과 다른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함께 쇼핑센터나 TV에 등장한다. 필리핀에서는 9월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해 1월 초까지도 걸려 있다. 북반구에 살든지 남반구에 살든지 크리스마스는 이미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와 있다.
하지만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반짝이 장신구, 루돌프, 파티, 선물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광고 그 이상이다. 대부분의 신학자는 예수님이 12월보다 일찍 가을에 탄생했다는 데 동의한다.1 그러나 구체적인 시각이 어떻든지 간에 전 세계 그리스도인(그리고 재림교인)이 12월이면 떠올리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차원을 뛰어넘은 그리스도의 의미심장한 탄생이다. 역사적인 그 순간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하나님은 인간으로 오시어 우리를 섬기며 살기로 하셨을 때 왕궁을 택하여 할리우드 스타일로 거창하게 나타나지 않으셨다. 요한은 예수님이 자기 땅에 오셨지만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않았다고 말한다(요 1:11). 가축의 여물통인 불결한 구유에 속수무책으로 누워 있는 갓난아기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성품 그리고 그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언지를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러 오셨다(마 20:28 참조).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는 예수님의 부모가 느끼는 불확실함과 두려움까지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목자들이 경배하는 모습과 헨델도 결코 모사할 수 없는 ‘할렐루야’ 합창을 천사들이 부를 때 우리는 그 순간의 환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의 본질
1년의 몇 주 동안은 적어도 우리 중 대부분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캐럴이나 찬양을 즐겨 부를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특별한 식사를 즐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단순히 노래, 식사, 친교를 나누는 것뿐이라면 사람들이 노래하고, 함께 춤추고, 음식과 음료를 즐기는 축구 경기나 미식축구 경기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즐거운 시즌의 의미와 타당성에 관해 생각할 때 다루고 싶은 다섯 가지 핵심 개념이 있다.
첫째, 크리스마스는 서로를 더 명확하게 그리고 더 실제적으로 보도록 돕는다. 선물을 주는 것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행사의 큰 부분이며 구유에서 시작해 거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둔 하나님의 가장 큰 선물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면 우리 자신이 지닌 상처와 결점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도 보인다. 모두가 죄인이며, 모두에게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는 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웃, 가족 구성원, 손주 또는 직장 동료를 생각하다 보면 우리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게 된다. 이타적인 베풂의 정신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삶에 대항하는 수단이다.
둘째,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웃, 가족, 교회 등)의 필요를 인지하고 나면 우리는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예수님의 초림은 그 모두가 관계에 관한 것이다. 그분은 잃어버린 세상에 발을 들였고, 죄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찾으셨고, 희망이 없고 낙담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셨다. 그분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셨기에 우리도 주는 것이다. 11~12월은 일반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이 가장 많은 달이다. 사심 없이 베푸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이 될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자신의 건강에도 매우 유익하다.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면 신체 기관이 튼튼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2 참여와 기부는 우리 삶에 신체적·정서적 유익뿐 아니라 마음에도 기적을 일으키며 이것은 연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셋째, 크리스마스는 보통 사람들을 한군데로 모은다. 12월의 마지막 10일은 일반적으로 여행 성수기이다. 전 세계적인 수치로도 이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보고 싶어 하고 함께 교제하고 싶어 한다. 친교는 예수님의 초림 때에도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초라한 목자들이 천사에게 인도받아 구주를 보았다. 예수님이 탄생한 비천하고 비좁은 장소에 들어가서 구유에 누인 작은 아기를 보았을 때 아주 작아서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목자들은 앞으로 다가가 은하계를 말씀으로 존재하게 하신 그분에게 경배했다. 경배는 그들을 하나로 모았다. 목자들이 아기 예수를 더 잘 보기 위해 점점 더 가까이 밀고 들어왔을 때 마리아는 염려가 되었을까? 나사렛이나 베들레헴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아주 다르게 보이는 동방 박사들이 왔을 때 요셉과 마리아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함께 나누는 교제가 없는 크리스마스를 생각해 보라. 눈이 없는 북반구의 겨울이나 비가 없는 열대 지방과 같을 것이다.
넷째, 두려움은 신약 복음서에서 소개된 예수 탄생 이야기에 항상 존재하는 현실이다.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을 만났을 때(눅 1:29) “근심스러웠다.” 목자들은 천사 무리를 둘러싸고 있는 영광스러운 빛을 보자 두려웠다(눅 2:9). 헤롯과 온 예루살렘은 동방 박사들이 따라온 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마 2:3). 요셉은 주의 천사가 이집트로 피신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분명 아내와 갓난아기가 몹시 걱정되었을 것이다(13~18절). 우리와 마찬가지로 예수의 탄생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진정한 두려움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구원과 심오한 기쁨도 또한 알고 있었다. 시므온은 예수님을 팔에 안고 기뻐하며 하나님을 찬양했다(눅 2:25~35). 동방 박사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길 내내 찬양을 불렀다고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목자들은 ‘모든 시대의 희망’이신 분을 보고 기뻐했다. 크리스마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기쁨 즉 어둠을 빛으로, 절망을 비전으로 바꾸는 기쁨을 경험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그늘과 갈라진 틈을 채워 주며 두려움의 대항마로 작용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소망’이다. 이 소망은 하나님의 약속에 근거한 것으로 오래전에 예언적 환상으로 주어졌고(단 9:24~27 참조), 하나님의 사자가 이 사건의 등장인물들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예, 눅 1:26~38). 실제로 소망이 어떤 일을 해내는지 이사야는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묘사한다. “오직 주님을 소망으로 삼는 사람은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듯 올라갈 것이요, 뛰어도 지치지 않으며,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사 40:31, 새번역). 새제임스왕역(NKJV) 또는 영어표준역(ESV) 등에서는 ‘소망하다’라는 동사 대신 ‘기다리다’는 동사를 사용하고 있다. 소망은 인내하며 기다리는 행위를 묘사한다. 믿고 기다린다는 것은 소망의 표현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서기 1세기에 메시아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메시아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가졌을지는 몰라도 그들은 기다렸다. 1세기 유대교는 메시아적 기대의 온상이었다. 이러한 소망 때문에 시므온과 안나는 약속된 구주를 보기 위해 성전에서 기다렸다. 이 소망 때문에 동방 박사들은 약속된 왕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했다. 그리고 이 소망 때문에 젊은 엄마 마리아는 비록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자신의 마음에 주어진 모든 약속을 지키며 위로를 얻었다. 크리스마스는 희망의 시간이다. 빛과 음악으로 전혀 다른 내일을 약속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준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볼 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표현 자체는 크리스마스와 연계된 온정이 12월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한정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 기간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인류가 에덴에서 죄를 짓고 타락 이후로 처하게 된 형편인 ‘나 중심의 세계’에서 살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많은 사람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타인 중심적 태도로 눈에 띄게 바뀐다. 이타적인 자선 행위와 긍정적인 관계 등을 통해 확산되는 이 공통적인 양상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의 희망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모습을 보면서 과학자들은 크리스마스가 인간의 두뇌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고자 애썼다. 예를 들어 코펜하겐 대학의 연구원들이 수행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를 사용해 뇌에서 크리스마스 정신의 ‘중심’이 되는 영역이 어디인지 찾고자 했다.3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크리스마스 관련 이미지를 보여 주었고 크리스마스를 기뻐하는 참가자들에게서 영성, 신체 감각, 얼굴 감정을 해독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주요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대규모 실험 반복이 필요한 소규모 연구였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두드러지는 비이기적인 행동의 핵심 속성이 우리의 두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흥미롭게도 비이기적인 행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라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있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친절한 행동은 옥시토신의 수치를 높여 주었다. 옥시토신은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린다.4
사랑이 무한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두뇌가 타인 중심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도록 고정해 놓으셨다. 그런데 타인 중심주의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유익하지만 한 번의 친절한 행동으로 며칠이나 몇 시간의 유익을 얻을 수는 없다. 로스엔젤레스 시더스 사이나이병원의 정신과 교수인 와구이 윌리엄 이삭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표현했다.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친절한 행동은 반복되어야 합니다. …생화학적인 측면에서 한 가지행동으로 3~4분 동안 발생하는 옥시토신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5
하나님이 본래 계획하신 대로 친절의 보상과 타인 중심의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전히 이해하려면 타인을 위한 행위는 반복적으로 행해져야 하며 크리스마스 시즌 한때만이 아니라 매일, 매시간 실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크리스마스 시즌의 온정은 1년 내내 습관처럼 지속되어야 한다. 품성의 진면목을 드러내게 되는 상황을 맞을 때 어떤 반응을 나타내느냐는 이들 습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의 성격은 삶의 독특한 경험들에 대해 살며 반응하는 동안 형성되는 습관의 총합이다. “생각이 행동을 낳는다는 점을 명심하라.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품성을 이룬다.”고 엘렌 화잇은 진술했다.6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핵심은 우리의 성격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타고난 선량함이나 공헌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령께서 우리를 빚어서 본래 우리 안에 창조하신 그분의 형상이 반영되도록 우리가 그분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인생의 수확은 품성이며, 그 품성으로 우리의 현세적인 또는 영원한 운명이 결정된다.”7
매일이 크리스마스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찾지 않고 타인을 축복하는 방식으로 사는 삶은 1년 중 12월 한 달 동안만 해당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삶의 일부, 우리가 매일 발전시키는 태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더러운 구유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는 어린 아기 예수님의 초림을 통해 하나님이 이 세상에 깊숙이 도달하셨듯 우리도 지구의 구원이라는 하나님의 일에서 드러나는 타자 중심적인 삶을 살도록 부름 받았다. 타인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동체 연대 의식을 경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를 경험할 때에만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단지 하루, 일주일, 한 달 동안만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의 사심 없는 나눔을 반영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 가족과 이웃에게 관계를 맺는 방식,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가끔씩 3~4분만 옥시토신을 높이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로마서 12장 2절에서 바울이 언급했듯 우리 내면의 핵심 존재를 다시 프로그램 하려면 성령이 필요하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면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가 된다.
1 성경 및 성경 외 자료에 관한 논의 사항은 다음 자료를 참고할 것. Andrew E. Steinmann, From Abraham to Paul: A Biblical Chronology (St. Louis, Mo.: Concordia Publishing House, 2011), pp. 219~255
2 https://www.volunteerhub.com/blog/volunteer-health/.
3 Anders Hougard et al., “Evidence of a Christmas Spirit Network in the Brain: Functional MRI Study,” BMJ.com, Dec. 16, 2015, online at https://doi.org/10.1136/bmj.h6266
4 “The Science Behind Kindness and How It Benefits Your Health,” UniversityHospitals.org, Oct. 8, 2020, online at https://www.uhhospitals.org/Healthy-at-UH/articles/2020/10/the-science-
behind-kindness
5 “The Science of Kindness,” Cedars-Sinai Blog, Feb. 13, 2019, online at https://www.cedars-sinai.org/blog/science-of-kindness.html
6 Ellen G. White, The Upward Look (Washington, D.C.: Review and Herald Pub. Assn., 1982), p. 89
7 Ellen G. White, Reflecting Christ (Hagerstown, Md.: Review and Herald Pub. Assn., 1985), p. 341
제럴드 A. 클링바일 『애드벤티스트 리뷰』 부편집인이다. 그는 고대 근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관련 서적을 많이 저술했다. 대니얼 브루노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애드벤티스트 리뷰』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이드바
어떻게 하면 크리스마스 생활 방식이 일상의 습관이 될 수 있을까?
사고방식은 의식적인 결정과 의도적인 행동에 의해 변화된다. 이렇게 바뀐 사고방식은 자신에게 덜 집중하고 타인에게 더 집중하는 습관적인 행동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과정에 도움이 되는 실제적인 제안 몇 가지를 소개한다.
·매일 타인 중심으로 살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하라.
·타인을 향한 이타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에 매일 집중하라.
·누군가를 도와준 일상의 경험을 일기에 적으라. 자신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경험을 의식적으로 성찰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러한 의도적인 행동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자문해 보라.
·타인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면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하나님의 성령을 받아들여 자신의 마음이 변화되는 기쁨을 추구하라. 이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분이 하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