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교회와 종교의 자유와 그리고 만국박람회
18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도착 400주년을 기념하는 만국 박람회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개최됐다. 만국 박람회를 준비하던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는 일요일 법령 운동을 대규모로 전개하고 있었다. 일요일 휴업령 법안은 1800년대에 인기가 높았고 법정에서는 기독교에 편승해 대놓고 이 규정을 합법화했다.
일요일 법령은 미국 여러 주에서 종교적인 불관용의 도구로 사용됐다. 안식일 준수자들은 일요일에 자기 땅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기소되는 반면 동일한 잘못을 범한 일요일 준수자들은 기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일요일 법령이 널리 지지받던는 당대에는 당연히 ‘일요일에 박람회장을 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만국 박람회장을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자본이 필요했다. 박람회 날이 다가오자 운영진은 제 시간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고 미국 의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1892년 말, 의회는 일요일에 박람회장을 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박람회 자금 지원을 승인키로 했다.
근본적인 문제들
일요일 준수 운동 단체들은 조직적으로 활동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어 냈고 그 조항의 통과로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개신교인들이 들고일어났고 의회는 일요일 박람회 폐장 조항의 철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893년 1월에 청문회를 열었다.
일요일 박람회 폐장 지지자들은 정치적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을 결부시킨 특별한 국가 공동체를 꿈꾸고 있었다. 이것은 성경과 예언의 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웠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 18:36). 엘렌 화잇은 “그리스도의 나라는 법정이나 회의나 입법 기관의 결정, 또는 세상 위인들의 후원으로 설립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활약으로 그리스도의 성품을 인간의 마음에 심음으로 이루어진다.”1라고 말했다.
종교적인 이유를 근거로 입법 기관이 일요일 박람회 폐장을 정한 행위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중에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목회자, 편집자이자 교육자인 A. T. 존스도 있었다.
해당 조항에 대한 우려 사항을 의회가 기꺼이 재검토하겠다고 하자 존스는 의회 앞에 등장해 증언했다. 일요일 폐장 결정은 의회에서 성경을 해석하여 그 해석을 국가에 적용한 결과이며 이것은 비주류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짓이라고 존스는 비판했다. 또 이것은 미국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였다.
존스는 일요일 법령에 대해 그 전에도 의회에서 증언한 적이 있다. 1888년, 국가적 일요일 휴업령 법안이 의회에 계류 중일 때 세그는 의회 앞에서 헌법적인 논증보다는 성경적인 논증으로 종교 자유를 내세웠다.
마태복음 22장 21절에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주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훈계는 정부가 침범할 수 없는 엄정한 선을 그어 놓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스도의 이 말씀에 따르면 세속 정부의 권한이 미치는 영역과 종교적 영역이 있는데 두 영역은 절대로 중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속 정부는 어떤 종교적인 규정도 제정할 수가 없다.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 선을 그으면서 존스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관련된 사항과 개인적 양심에 따라 그분을 섬길 권리에 대해 사회는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다.”2고 반박했다.
존스의 이론에 따르면 정부가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것은 개인과 그 동료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그는 십계명의 구성을 근거로 자신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십계명의 첫 네 조항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나머지 여섯 계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시민 정부가 규제하려는 것이 후반 여섯 계명에 관한 사항이라면 이때의 법률 제정은 타당하다. 그렇지만 그 규제 사항이 첫 네 계명에 관련된 것이라면 그것은 불법이며 정부는 그런 법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킬 수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 다음 존스는 요한계시록 13장에 대한 재림교회의 이해에서만 도출될 수 있는 논지를 펼쳤다. 로마의 박해를 받던 초대 기독교가 로마와 연합하면서 생긴 결말은 재앙적일 뿐이었고 거기서 로마 교황권이 발전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의회가 일요일 법령을 결의한다면 그와 동일한 과정을 답습하는 것이며 동일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존스는 경고했다.
굳이?
예수님의 임박한 재림을 기다리는 재림교인이었던 존스는 왜 굳이 1888년과 1893년에 의회 앞에서 증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1888년에 존스가 증언하기 며칠 전, 엘렌 화잇은 『리뷰 앤드 헤럴드』에 다음의 글을 기고했다. “수년 동안 우리는 이 나라에 일요일 법령이 제정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운동이 코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특별히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그분의 백성에게 임하기를 구해야 한다.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 우리는 아직 그분이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3
성경, 예언의 신 그리고 초기 재림교인들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종교의 자유를 옹호해야 할 상황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종교의 자유를 옹호할 수 있도록 우리는 준비하고 무장해야 한다.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옹호하는 것은 예언에서 명시하고 있는 의무이다.
1 엘렌 G. 화잇, 『시대의 소망』, 509
2 Senate Miscellaneous Document No. 43, 50th Congress, 2nd Session, 1888, p. 74; 다음도 참조할 것. The National Sunday Law: Argument of Alonzo T. Jones Before the United States Senate Committee on Education and Labor, in Washington, D.C., Dec. 13, 1888.
3 Ellen G. White, in Review and Herald, Dec. 11, 1888
에이미 셰퍼드 라차라 변호사이며 가족과 함께 미시간주에서 살고 있다.
발문
일요일 휴업령 법안은 1800년대에 인기가 높았고 법정에서는 기독교에 편승해 대놓고 이 규정을 합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