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왔을 때
모든 것이 꼬여만 갔다. 짐바브웨 불라와요에서 짐꾼들이 짐을 싣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때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황소들이 무거운 나무 멍에가 불편한지 말을 듣지 않았다. 물도 바닥이 난 데다가 바퀴 하나가 커다란 바위에 부딪히면서 차축이 거의 떨어져 나가려고 했다. 거칠고 언덕이 많은 아프리카를 통과하여 수백 킬로미터를 여행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이번 여행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사탄이 뒤로 밀고 있는 듯했다.
땀에 찌든 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쳐 내고 숨을 깊게 몰아쉰 다음 앤더슨 목사는 바퀴를 고치기 위해 자신이 자른 나무 핀을 향해 나무 망치를 내리쳤다.
핀이 세 조각으로 깨져 버렸다. 그렇게 세게 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 앤더슨 목사는 젊은 아프리카인 조력자와 함께 무거운 짐을 실은 우마차를 끌고 사막을 지나 먼지를 뚫고 길도 없는 곳을 헤치며 잠베지강을 건너 루산구에 있는 새 학교로 가고자 했다. 미국 출신 선교사인 앤더슨 목사는 솔루시에 있는 학교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이자 아프리카의 먼지 나는 길을 걷는 가장 친절한 사람 중 하나이며 지역민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그리스도인 지도자였다.
루산구 학교는 일찍이 몇 년 전에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소명 즉 꿈의 성취를 이룰 현장이었다. 수업이란 복음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바통가 사람 수천 명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진리를 전하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그 길의 모든 단계를 인도하시는 듯했다. 미국에서 온 선교사에게 배우고 싶은 열망이 간절한 학생들은 이미 와 있었다. 마차에 실린 책, 소금, 설탕, 말린 과일 및 기타 물품은 학교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었다.
앤더슨 목사는 높이 쌓인 개미총 근처에서 발견한 삭정이로 새 핀을 깎았다. 이번에는 좀 더 부드럽게 내리쳤다. 직각으로 내리치되 성내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었다.
* * *
핀은 제대로 박혔고 바퀴는 다시 부드럽게 굴러갔다. 앤더슨 목사와 젊은 조력자는 잠베지강을 건널 곳을 향해 수레를 몰아갔다. 그 당시 잠베지강 근처에는 도로가 없었고 큰 풀과 나무 사이로 자연스럽게 생긴 꼬불꼬불한 오솔길뿐이었다. 나뭇가지를 피해 가거나 길을 막는 나무들을 잘라 가며 그 길을 따라갔다.
“이건 확실히 휴가는 아닌 것 같소.” 앤더슨 목사가 집에 보내는 편지에 쓴 말이다. “모래 진흙탕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던 나흘째가 되자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져 버렸소.”
“해가 지기 전에 강을 건너는 곳까지 도착해야 해.” 앤더슨 목사가 젊은 조력자에게 말했다. 아마도 그날 하루 열두 번은 더 말했을 것이다. “해가 지기 전에만 도착하면 배를 운행하는 늙은 영국 선장이 우리를 건네줄 거야.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그냥 가 버린다고. 그러면 우리는 강 이쪽에서 숙영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강을 건너가서 낮은 언덕에 있는 아카시아숲에서 쉬고 싶다고. 소에게 좋은 풀도 있고 튼튼한 나무들이 있어서 텐트를 치기 딱 좋은 곳이지.”
목사의 목소리만 들어도 황소를 재촉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덩달아 진짜 바다 선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길이 옛날 강바닥이었던 곳으로 내려가자 황소들이 깊은 모래에 빠져서 애를 먹었고 두 사람은 수레에서 내려 선두에 선 황소 옆에서 걸으며 황소들을 앞으로 가도록 이끌었다.
느리고 힘겹고 답답한 이동이었다.
배가 있는 길로 접어들었을 때 늙은 바다 선장이 막 깃발을 내리고 있었다.
“너무 늦었군요. 앤더슨!” 선장이 소리쳤다. “오늘 일은 끝났어요. 저는 바로 집에 갑니다. 내일 봐요.”
앤더슨 목사는 간청도 하고 회유도 하고 떼도 쓰고 심지어 돈을 더 내겠다고 제안도 해 보았지만 선장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선장님이 집을 향해 난 길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목사는 이성을 잃고 짜증 섞인 말을 선장에게 내뱉었다. 늙은 선장은 멈춰 서서 뭐라고 말하더니 파이프를 물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앤더슨 목사와 청년은 강 위의 쐐기풀이 있는 곳에 조용히 야영할 준비를 했다. 아침에 제일 먼저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늙은 선장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안전하게 강을 건네주었다. 앤더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뱃삯을 건넸다.
* * *
“우리가 어디서 밤을 보낼 수 있었는지 자네에게 보여 주고 싶군.” 목사는 황소들을 큰 아카시아숲이 있는 초록 언덕으로 이끌며 젊은 조력자에게 중얼거렸다.
텐트와 큰 나무 마차도 있고 언덕 꼭대기의 공터에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작불이 있었다. 목사는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지만 아카시아숲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먼저 찾아낸 쪽은 청년이었다. 가죽 장화의 낡은 밑창, 그것뿐이었다. 밤새 다녀간 혈기왕성한 사자 떼가 남긴 선명한 발자국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어젯밤 거기서 숙영했던 상인은 사라졌다. 사자에게 잡혀간 것이다.
앤더슨 목사는 천막 옆에 털썩 무릎을 꿇고 사자의 발자국을 더듬으며 울부짖었다. 젊은 조력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앤더슨 목사는 늙은 선장에게 보였던 자신의 오만과 분노, 불평, 모진 말에 대해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이 지나 목사와 젊은 조력자는 황소를 끌고 다시 언덕을 내려가 배에서 내린 곳에서 선장이 오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선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앤더슨 목사는 배 갑판에서 내려다보는 선장을 향해 말했다. “제가 불손했고 모진 말을 했습니다. 늦어서 계획했던 대로 못하게 되었다고 화를 냈습니다. 오늘 아침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그분이 모든 것을 아시고 항상 저를 지키기 위해 앞서가신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늙은 선장은 파이프를 길게 한 모금 빨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받아 주었다.
“앤더슨, 오늘 보니 다시 당신이 따르는 그분처럼 되었군요. 당신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지낼 수 있어 기쁩니다.”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앤더슨 목사는 간청도 하고 회유도 하고 떼도 쓰고 심지어 돈을 더 내겠다고 제안도 해 보았지만 선장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